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델
얼마 전 일간지에 나온 로더미어 자작 부인의 미담을 읽은 적이 있다. 런던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가수 조용필을 소록도에 초대하여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열었다는 것이다. 미담의 주인공은 재일동포 2세인 이정선(60)씨다. 40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이씨는 유난히 손이 예뻤다는 이유로 크리스챤디올 등 유명회사의 광고모델로 활약하던 중 영국의 귀족 로더미어 가문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의 남편 로더미어 3세의 할아버지 해럴드 함스워스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데일리 메일>을 비롯하여 영국의 유명한 언론사를 창간한 신문왕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언론 창달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로더미어라는 이름의 자작(子爵.Viscount) 작위를 부여받았다. 로더미어 자작 집안의 며느리가 된 이씨는 전통과 품위를 소중히 여기는 그곳 사람들과 함께 신분과 지체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에 익숙해졌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동양의 작은 나라 여성이 일류 국가 영국의 귀족과 결혼을 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그곳에서 선진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일신의 영달을 즐기며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낮추어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섬기는 일을 즐거움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그의 남편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 유해를 한국 땅에 묻었다고 한다. 이 부인은 찰스 왕세자가 이끄는 자선협회 회원이 되어 다양한 봉사와 구호활동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케냐와 동티모르 등 해외의 어려운 곳을 돌면서 구호활동을 벌였고 한국에는 고향인 함평의 보육시설에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가진 자, 또는 신분이 높은 자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의 정신은 영국 왕실과 귀족 사회의 덕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세계적인 명성의 런던필하모니아 팀을 소록도에까지 이끌고 와서 수준 높은 음악의 공연으로 소외되고 외로운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