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화해
지금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2010 월드컵 축제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대회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자기 나라에 유치하려고 애를 써 왔다. 1930년 첫 번째 대회가 있은 후 열아홉 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아프리카에서 개최하게 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거기서 한 달 동안 벌어지는 축구의 열기에 못지않게 다양한 문화와 축제가 이어지기 때문에 각 나라 국민들의 열정과 자긍심은 세계인의 주목이 되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이 세계적인 스포츠와 문화의 행사는 그 나라의 국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치나 경제력이 따라 주어야 하고 거기 걸맞는 국민의 의식과 문화적 수준도 갖추어야 된다. 현대문명이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어 놓았지만 아직도 아프리카는 지구촌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며 그 대륙에 있는 나라들이 문명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 대륙 남쪽 끝에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월드컵 대회를 유치할 만큼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 나라는 백인 우월주의 헌법에 묶여 흑백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국가로 남아있었다. 4천5백만이 넘는 인구 가운데 10% 미만인 백인이 절대 다수인 그곳 원주민들을 노예처럼 부리던 나라다.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온 개혁교도들이 주류를 이루어 정치권력은 물론 농토의 90%를 소유한 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곳 사람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던 것이다. 그러던 나라가 1994년 민주 헌법에 의한 총선거를 거쳐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가 대통령이 되고 해묵은 인종의 갈등을 해소하게 만들었다.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이 복수의 칼을 뽑은 것이 아니라 화해의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이 백인 정부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 동안이나 옥고를 치른 사람이지만 그 나라에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화해의 정치를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백인 지도자들도 마음을 열고 진실된 사과를 함으로써 수백 년의 갈등을 용해시킨 것이다. 진실된 사과와 화해야 말로 모든 사람에게 평화와 희망의 새로운 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