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죽음
노인들 중에는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와서 시름시름 병을 앓거나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보이며 밥맛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게 되면 젊었을 때와 같은 열정이나 의욕이 식어지고 세상사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게 된다. 자식들이나 후배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추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곤 한다. 마음을 열고 통정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를 가까이하며 즐거움을 보충하려고 한다. 친구의 죽음이 나이 든 사람에게 삶의 의욕을 잃게 하는 이유들이다.
나는 작년 이맘때 나와 같은 연배의 사돈인 친구 장로님을 잃었다. 집에서 아침 잘 먹고 차를 타고 나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나의 자부를 비롯하여 사돈댁 가족들은 너무나 큰 충격과 아픔의 날들을 보내었다. 이번 주 화요일이 1주기가 되는 날이어서 그때의 슬픔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우리교회 김홍익 강도사의 아버지 김종태 장로님의 장례식을 치르고 왔다. 그분은 나와 40년 지기로 오랜 세월 마음을 나누는 친구이다. 창원 시내의 목사님 부부를 모시고 하와이 여행을 갔다가 거기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그가 설립한 벧엘 새마을금고 3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도와주신 교회와 목사님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휴식과 위로를 드리려고 모시고 갔단다. 수영을 못하지도 않았고 그곳 와이키키 해안은 안전시설이나 요원이 비치되어 있어서 사고의 위험도 높지 않는 곳인데 도착하자마자 여장을 풀고 곧 바로 물에 들어갔다가 잠시 후 그냥 가라앉고 말았다고 한다. 죽음에는 노소가 따로 없고 선후의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이와 같은 사고사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장례식에 읽을 조사를 쓰면서 나 역시 갑작스런 죽음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다듬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종 가까운 친구를 보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내가 맡은 소임을 다하고 의미있게 사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