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수수께끼
오래 전의 이야기다.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의 방에 한 소년이 찾아왔다. 누구의 소개도 사전 연락도 없이 그저 이름 난 철학 교수인줄 알고 무작정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 놓았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이 학생은 어머니가 품팔이를 하며 가계를 이끌어 왔는데 얼마 전 갑자기 돌아가셨다. 의사는 장티푸스라고 진단을 내렸으나 손을 써 볼 새도 없이 10여 일만에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어머니는 곧 바로 화장을 하게 되었다. 화장장에서는 관을 쇠판 위에 올려놓더니 문이 닫혔다. 높은 굴뚝위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참 있다가 문이 열리고 쇠판이 밖으로 밀려 나왔으나 거기 어머니의 흔적은 없었다. 잿더미에서 추려 모은 뼈 몇 조각을 단지에 담았다. 집에 돌아온 이 학생은 그날 저녁 방구석에 놓아둔 그 단지를 보면서 잠을 자지 못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비록 시체이지만 자기 옆에 있었던 어머니의 흔적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학생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때부터 인생의 허무함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없이는 살아가야 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죽음의 실체가 무엇이며 삶의 목적은 어떤 것인지 해답을 듣고자 교수님을 찾아왔다고 했다. 이 학생의 질문을 받은 김교수의 입장이 난감했다. 역사 이래 수많은 사상가나 철학자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해 왔지만 분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 어린 학생은 자기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벅찬 인생 문제를 안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이 소년처럼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종교의 접촉점에 다다르게 되고, 비로소 문제의 열쇠를 가지신 하나님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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