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1.10.16 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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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가 있는 사람

 
   어느 여성 작가가 쓴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싸우지 않고 이기는 힘’ 또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 비법’이라고 정의했다.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카리스마는 권력이나 지위에서 나오는 강압적인 힘이 아니고 성실하고 책임성 있는 인격의 소양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난번 총회 참석차 전주에 갔다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집사 부부를 만났다. 24년 전 창원에서 내가 결혼주례를 해주었던 사람이다. 내가 전주에 온 것을 알고 연락을 해서 그 고장의 이름난 한정식 집으로 초대하여 극진히 대접을 해주었다. 그들과 옛날이야기를 나누던 중 생각지도 않았던 두 가지 말을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저희 둘을 부르더니 나의 차에 태우고 동해안을 따라서 경북 영덕까지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고 한다. 강구항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는 등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또 하나는 저희들이 결혼할 당시 목사님 연세가 사십대 중반인줄 아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내가 정확하게 마흔 다섯 살이었다고 했더니 남자 집사 하는 말이 자기는 올해 쉰 둘이고 아내는 마흔 아홉인데 지금의 자기들 보다 한창 밑이면서 어쩌면 그렇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의아해하면서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더냐?”고 했다.

    몇 년 전 전라남도 무안에 있는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한 일이 있다. 그 교회는 1965년에 전도사로 시무했던 교회인데 그 당시 같이 봉사했던 청년들 중 세 사람이 장로 권사 집사로 남아있었다. 그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당시 내 나이 스물세 살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자기들과는 불과 한 살 차이밖에 아닌데 “그렇게 쳐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더냐?”고 하며 지금 생각하니 몹시 억울하다고 했다. 나는 그때 카리스마가 있었는지, 카리스마를 어떻게 행사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교역자로서 매사에 솔선수범해야 된다는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것으로 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목사이기 때문에 카리스마가 있어야 된다면 그것이 차갑고 매서운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름이 붙여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