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07. 5. 27) 우리나라 초기의 신자들은 기도와 전도에 열정이 많았지만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드리는 가정예배에도 열심히 있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찬송을 부르고 기도와 성경말씀으로 하나님께 제단 쌓는 모습이야 말로 행복한 그리스도인 가정의 전형(典型)이라고 할 것이다. 늘봄 전영택(田榮澤)목사님이 쓴 찬송가 559장의 노랫말 가운데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있고 기쁨과 설움도 같이하니 한간의 초가도 천국이라”고 한 대목에서 우리는 경건한 성도의 가정이 얼마나 평화스럽고 행복한가를 짐작하게 한다. 나의 어릴 때 겪었던 일 중에 가정예배와 관련하여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나는 주일학교부터 교회에 나갔으나 부모님들이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주일을 지킬 수가 없었다. 어른들 몰래 교회에 가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집안에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정도로 시련을 겪곤 하였다. 그 시절 내게는 명절 때마다 겪는 또 다른 고통이 있었다. 우리 집은 유교의 풍습을 따라 온 집안이 다 모여 제사 지내는 것을 가장 큰 행사로 치렀던 것이다. 추석이나 설날 문중의 여러 집이 차례대로 거쳐 가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오는 시간은 대개 오전10시 전후가 된다. 그때까지 식구들은 아침을 먹지 못하고 기다렸다가 제사가 끝나고 나면 잔치를 하는데 나는 그날이 가장 고역을 치러야 되는 날이다. 나는 다니엘과 그의 세친구들처럼 우상의 제물은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사상에서 나온 음식뿐만 아니라 명절 때 만들어 놓은 음식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어느 해 설날 아침이었다.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아침 일찍 이웃에 있는 영수(領首)님 댁에 세배를 하러갔다. 내가 제일먼저 가서 세배를 하고 그 집 식구들과 함께 아침을 먹을 요량이었다. 먼저 기침을 한번하고 마루에 올라가서 방문을 열었는데 대가족이 모여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 시간은 찬송과 성경봉독이 끝나고 호주되는 영수님이 가족을 위한 기도를 하는 순서였다. 이 어른은 교회에서 공 예배를 드릴 때도 대표기도를 하는 시간이 무제한이었는데 그날은 특히 외지에 나가있던 모든 식구들이 다 모인데다가 또 새해 첫날이기 때문에 아이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장래의 되어 질 일들까지 너무나 기도의 양이 방대했고 그 시간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날 나는 문밖에서 꿇어 앉아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렸다가 다 끝난 다음 모든 식구들에게 절을 하고 아침을 얻어먹었다. 나는 그날 그 힘들고 지루한 가정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눈물겹도록 부러웠는지 모른다. 내가 전도사로 나온 이후 오랜 세월동안 주일 아침마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게 된 것도 그때 영수님댁 식구들이 드리는 가정예배의 황홀한 추억에 영향이 컸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농경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로, 또는 대가족 사회에서 핵가족 구조로 바뀌어 졌기 때문에 아침이나 저녁시간 온가족이 다 모여 예배드리고 대화를 가질 수 있는 환경 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 주일날 같은 교회에서 온 가족이 함께 예배하기가 참으로 어렵게 되어 버렸다.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한번이라도 모든 가족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같이 앉아 예배하면서 조금이라도 신앙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큰 기쁨과 보람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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