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의 크기와 용도 미국 사람들이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를 꼬집어서 말한 유머가 있다. 클린턴이 힐러리와 차를 타고 가다가 힐러리 여사의 동창이 일하고 있는 주유소에 들려 기름을 넣고는 클린턴이 힐러리에게 “당신이 저 친구와 결혼을 했더라면 지금쯤 주요소 직원의 아내로 있었겠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힐러리의 대답은 “아니지,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쯤 저 사람이 대통령이 돼 있었을 걸?”하고 응수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요즈음 미국 사람들에게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힐러리 여사에 걸맞은 그럴듯한 풍자라고 여겨진다. 찬장에 진열해 놓은 그릇들은 제각기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지만 그 장소나 용도에 따라서 적절하게 쓰이는 법이다. 흔히 사람을 논할 때도 그 인격이나 도량의 크기를 그릇으로 비유 하곤 한다. 사람들은 성장과정이나 교육의 환경이 다 같다 하더라도 그 마음가짐이나 성격, 또는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현저하게 나타나는 법이다. 심지어 얼굴 생김새만 보고는 구분하기 어려운 쌍둥이 형제도 속사람의 크기는 전혀 딴판인 경우가 있다. 사람들 중에는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하기도 하고,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말 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 시대와 그 상황에 걸맞은 인물이 있고, 또한 걸출한 인물이 있어서 시대와 상황이 요동하는 경우도 있다. 삼국을 통일시킨 태종 무열왕 김춘추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신라의 29대 왕이 된 김춘추는 대장군 김유신과 의기투합하여 당나라 군사를 끌어 들이고 백제와 고구려를 함락하여 삼한을 통일시킨 역사적 인물이다. 화랑 출신의 김유신에게는 보희와 문희라는 두 명의 누이동생이 있었다. 야사(野史)에는 김유신이 친구인 김춘추를 집에 불러들이고 심한 운동을 하다가 김춘추의 바짓가랑이가 찢어진 것을 빌미로 누이동생과 마주치게 하여 혼인을 성사 시켰다고 한다. 그와 관련된 또 한편의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두 자매가 같이 잠을 자던 중 보희가 이상한 꿈을 꾸고 놀라서 일어났다. 매우 황당한 꿈이었던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문희가 그 연유를 물어보니 보희는 그냥 너무나 망측스러운 꿈이어서 입에 담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럴수록 호기심 많은 문희는 언니를 못 견디게 졸랐고 이에 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용인즉 서라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꼭대기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며 소변을 보았단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게 물줄기가 되어서 강을 이루고 급기야 대궐을 포함하여 전체를 휩쓸어 버렸다는 것이다. 비록 꿈이기는 하지만 얌전한 처녀가 그런 일을 당했으니 얼굴이 붉어지고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문희는 순간적으로 눈에 빛이 번쩍이면서 지금 당장 그 꿈을 자기가 사겠다고 제의하였다. 결국 문희의 집요한 설득에 언니는 베적삼 하나를 받고 동생에게 그 꿈을 넘겨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되는 태종 무열왕 에게 걸맞은 왕비는 도량이 크고 배포가 있는 문희라는 여인이 적격이었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