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5.06 18:48:39
1911

가장 행복한 사람

 

  2차 세계대전 후 독일군이 유럽 전역을 장악했을 때의 일이다. 덴마크에 주둔한 독일군의 책임자는 점령군 사령관답게 대단한 위용을 갖추고 현지 국민들에게 위압적으로 행세하였다. 그가 정장을 하고 당당하게 움직일 때마다 무장한 기병이 호위를 하거나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며 사람들의 통행을 차단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자임을 과시하였다. 그렇지만 그곳 사람들은 별로 관심도 두지 않고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자기들의 생업에 종사하며 평범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나라의 국왕도 패전국의 왕처럼 불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성들과 함께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같이 평상복 차림으로 공원에 나와 시민들과 어울려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이웃 집 아저씨처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다. 독일군 사령관은 자기 나라의 정서로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루는 사령관이 그곳의 한 시민을 붙들고 “당신의 나라에는 어떻게 임금님이 움직이는데도 경호하는 사람을 한사람도 붙여주지 않는가?”하고 물어 보았다. 그 말을 들은 시민은 오히려 의아해 하는 눈으로 독일군에게 “참으로 당신이 더 이상하군요. 그 나라의 왕이 자기나라 자기 백성과 함께 있는데 뭣 때문에 경호원이 필요하고, 호위하는 군사를 붙여야 됩니까?”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하는 말이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국왕이 어느 곳을 가도 경호원이 없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왕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이곳 코펜하겐에서는 모든 시민이 다 왕의 경호원이며 호위하는 사람들이랍니다”고 하였다.

  독일군 사령관은 그 시민의 말을 듣고 나서 왜 그 나라의 국왕이나 백성이 하나같이 얼굴에 그림자가 없이 밝고 편안하게 행동하는지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을 호령하는 권력자라도 무장한 군인들의 호위를 받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고, 24시간 동안 근위병들에게 둘러싸여서 감시 속에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힘을 가진 점령군 사령관이지만 패전국의 왕과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행복에 비길 수가 있겠는가.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