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9.21 19: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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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사는 아이따족 (1)

  지난 달 말 필리핀 선교지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아이따족(族)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여운으로 남아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타고 약 3시간 걸려서 산타훌리아나라는 마을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제법 큰 예배당이 세워졌는데 서울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작년에 약 2천만 원을 들여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 마을에서 선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산족들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깊고 험한 산길을 가는 동안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스릴이 있는 체험을 하였다. 허름한 지프차를 20대 쯤 구해다 놓고는 한 차에 4명씩 태우고 현지인 운전수들이 일명 레프팅카(Rafting Car)로 불리는 4륜구동의 차를 운전했다. 한참동안 강바닥 위로 물살을 가르면서 곡예하듯 달리더니 그 다음에는 우마차나 다니는 산길을 오르내리는데 비가 온 뒤였기 때문에 길바닥은 차바퀴가 빠지고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등 모두들 1시간 이상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기분으로 산골마을에까지 도착했다.

    미국에 원주민이 아메리카 인디언(America Indian)인 것처럼, 여기 아이따(Aeta)족으로 불리는 이 산족들도 15,000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필리핀의 원주민이라고 한다. AD 1세기경 인도네시아와 말레시아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오늘날의 필리핀인이 되었는데 그 이전에 이 땅에 살던 이들 원주민은 외부에서 들어온 집단에 밀려 이곳 피나투보(Pinatubo)산속에까지 들어와 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산에 사는 각종 짐승을 잡아먹거나 야생 열매를 따먹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일정한 거주지가 없이 먹이가 있는 곳을 따라 이동하며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도로가 없고 학교도 없고 외부 세계와 차단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 밖에 있어서 문화적인 혜택을 못 받는 것은 고사하고 불의의 사고나 재난을 당했을 때도 외부의 도움을 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 가까운 예로 1991년 6월 13일 오전 8시경 그들이 ‘어머니 산’이라고 부르는 피나투보산이 화산활동으로 폭발했을 때다. 인근 클라크기지에 있던 미군들은 10일전에 미리 알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필리핀 사람들은 3일전 정부의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이 산족 사람들에게는 통신수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화산재에 묻혀 버리게 되었다. 그때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된 숫자가 없는 것은 주민등록상의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따뜻한 인간애를 꽃피우는 곳이 바로 선교의 현장이었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