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두루미 이솝의 우화 중에 <늑대와 두루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따뜻한 봄날 두루미가 길을 가다가 기진맥진하여 목을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늑대를 만났다. 늑대는 모기소리처럼 죽어가는 목소리로 “두루미님, 두루미님, 나를 좀 도와주세요”하고 애원했다. 마음씨 착한 두루미가 가까이 다가가서 무슨 사연이냐고 물었다. 늑대는 짐승을 잡아먹다가 큰 뼈다귀가 목에 걸렸는데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어서 그대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이 아파서 물도 삼키지 못한 채 몇 날 몇일을 그렇게 죽치고 앉아서 누군가 구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놓인 늑대는 기다란 목을 가진 두루미가 자기 목에 걸린 가시를 빼어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내목에 가시를 빼어주신다면 크게 보상하겠으니 제발 좀 도와주십시요”하고 통사정을 하였다. 한편 두루미는 늑대와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또 평소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만 주는 늑대가 매우 못마땅하여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하도 딱해 보여서 도와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좀 미심쩍은 데가 있었던지 “내가 가시를 빼기위에 당신의 입 안으로 머리를 밀어 넣었을 때 나를 이빨로 씹어 삼킬 것 아니냐?”고 물었다. 늑대는 펄쩍 뛰면서 “그 무슨 당치도 않는 말씀을, 제발 가시만 빼 주신다면 약속대로 큰 상을 드리겠습니다”고 다짐을 했다. 드디어 두루미는 긴 부리와 머리를 늑대의 입 속으로 밀어 넣고 깊이 박힌 뼈다귀를 빼 내었다. 살아 난 늑대는 긴 숨을 내어 쉬더니 “야 이제야 살았다, 진작 와서 빼 주었더라면 그 고생을 덜 했을 것인데” 하면서 두루미가 늦게 온 것을 원망하는 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화가 난 두루미가 “약속이 틀리지 않아요, 큰 상을 주겠다고 해 놓고 왜 그냥 가세요?”하고 물었더니 늑대가 하는 말 “너는 이미 상을 받았지 않느냐? 네가 머리를 내 입안에 넣었을 때 그냥 잡아먹지 않고 살려주었기 때문에 네 목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 바로 큰 상급이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두루미는 “이제 또 다시 너와 상종하는가 봐라”하면서 씁쓸하게 돌아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