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지난 월요일 아내와 함께 ‘워낭 소리’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하루 전에 대통령 내외도 관람했다고 하는 이 영화는 개봉한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1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고 한다. 불과 2억 원이내의 적은 비용을 들여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스타급 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 그 내용이나 소재 또한 인기를 끌만한 것이 없었다. 경상북도 봉화의 어느 산골 마을에서 79세 노부부와 마흔 살짜리 늙은 소를 주연으로 하고 허름한 농가와 마을 근처의 논과 밭을 배경으로 하여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작품화한 것이다. 도시생활의 화려함이나 첨단문화의 이기를 누리는 시대의 조류에 상관없이 원시적인 옛날 그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욕심도 없고 기교도 없이 답답하리만큼 외골수로 살아가는 그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주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로 온 나라와 국민의 마음이 여기에 모여 있었다. 그분의 선종(善終) 소식이 알려진 그 다음날부터 장례식을 하기까지 명동성당에만 40만 명의 조문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추위 속에서 몇 시간씩 차례를 기다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 문상행열이 도로변으로 300m나 이어졌다. 장례식 당일에는 전국에서 실황중계를 하는 TV에 눈과 귀가 집중되었고 하나같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적 추모행사는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서 몇 분의 국민장 또는 사회장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각개각층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두가 공감하는 추모열기는 처음일 것이다. 고인이 성직자로서 일생을 아름답게 살았고, 또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에 최초의 추기경으로서 위대한 인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대사의 질곡에서 고비마다 실천하는 신앙으로 역사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외유내강한 구도자의 모범을 보이며 불의에는 강직하게 대처하되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서서 위로와 희망을 주었고 화해와 평화를 실천했던 분이다. 고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삶은 그분의 기본적인 소양이며 매우 평범하고 당연한 생활패턴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순수하고 평범한 삶의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목말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첨단 지식과 문명의 그늘에서 순수한 사랑과 거짓 없는 사람의 냄새에 갈증을 느끼는 모두의 마음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