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실수
대부분의 목사들은 자기만의 특징적인 버릇이나 습관이 있다. 대표기도를 하다가 실수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 언제든지 그 비슷한 상황이 오면 그때의 일을 떠 올리며 불안해한다. 내가 목사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느 집 생일에 초대되어 식사기도를 하다가 사고를 친 적이 있었다. 명망 있는 분의 생일이다 보니 그 지역 유지들이 많이 모인 자리였는데 식사기도를 하는 도중 식탁에 시중드는 사람들이 실수를 하여 나의 앞에 있는 미역국 그릇을 엎어 버렸다. 허벅지가 뜨거웠지만 꾹 참고 기도를 계속했는데 그 사람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모든 사람이 다 눈을 떠버렸다. 참으로 황당하고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은 것이다. 그때 그 경험 때문에 어느 집에서든지 식사기도를 할 때는 먼저 뜨거운 그릇이 있는가 살펴보고 시작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입관이나 장례식 때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대표기도를 시키지 않는다. 부산에서 목회 할 때 겪은 일이다. 어느 집 발인예배 때 대표 기도를 하는 장로님이 상주의 이름을 고인으로 착각하여 고 아무개씨라고 몇 차례 반복하는 바람에 민망스러웠던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대표기도 하는 사람에게 이름을 적어주기도 하고 미리 부탁을 단단히 하곤 하였는데 실수를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것도 소용이 없었다. 새벽기도회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기도를 시키지 않는다. 목사들이 새벽기도 때 대표기도 시켜놓고 강단 밑에서 잠을 자버린 경우는 너무나 흔하게 있은 실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심방을 할 때 점심식사를 한 다음에는 심방 순서를 짜지 않도록 한다. 점심을 늦게 먹고 예배를 드리면 대부분이 졸고 있는데, 목사마저 찬송과 기도를 하면서 정신없이 헤맬 때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에 있는 어느 목사님은 대심방 때 장로님이 대표기도를 하는 동안 자기는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기도가 끝난 후 교인들이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장로님이 목사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깨어 주었다. 눈을 뜬 목사님은 정신이 몽롱하여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주님 기도로 마치겠습니다”고 했다. 그 순간 당황한 장로님이 큰 소리로 “목사님 성경 읽고 설교해야 됩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민망스러운 사례들 가운데서도 한 가지 아이러니 한 교인들이 목사님의 실수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