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들이기는 힘들어도
두리안이라는 과일은 열대성 과일 중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필리핀에 단기 선교를 갔던 팀이 공식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나가기 전 단체로 두리안 시식을 하였다. 아름다운 마닐라베이의 야경을 감상하는 동안 공원근처 과일 가게에서 두리안 파티를 하게 되었는데 험상궂게 생긴 그 과일을 처음 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 흉측한 냄새에 비위가 상해서 머리를 내젓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미 그 맛을 아는 사람은 당장 역겨운 구린내 보다 입안에서 구수하고 개운한 뒷맛을 알기 때문에 두리안을 좋아한다고 했다.
오래 전 어떤 목사님이 태국의 선교지를 방문했다가 겪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공항에 마중을 나온 선교사가 만나자마자 건네는 첫말이 “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선교지이기 때문에 여기 계시는 동안은 선교사인 본인의 주문에 따라서 행동해 주셔야만 됩니다”고 하더니 우선 이곳 현지 사람들이 내어 놓는 음식은 맛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 말고 무조건 다 먹어야만 된다고 했다. 그곳 선교지 사람들은 선교사를 천사처럼 떠받들고, 모국에서 오신 목사님들을 예수님 대접하듯 온갖 정성을 다 해서 음식을 준비하는데 간혹 식성에 맞지 않는다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자기들의 성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크게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목사님은 원래 비위가 좋은 분이어서 “그런 문제라면 걱정을 하지 마라” 고 큰소리를 쳤는데, 잠시 후 그 약속이 빈말이 되고 말았다. 첫 방문지에서 그들이 내어온 밥상에 계란이 올랐는데 껍질을 까보니 병아리가 다된 상태의 뼈있는 달걀이었다. 그 다음에 방문한 곳에서는 그 지방 사람들이 최고 귀빈에게 접대한다는 돼지새끼 요리를 내왔는데 어미에게서 갓 나온 새끼를 즉석에서 삶아 그것을 수육으로 먹으라는 것이다. 그곳 사람들은 그런 음식을 평생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한 것을 귀한손님에게 대접한다고 굉장히 생색을 내곤 하는데 목사님은 냄새를 맡는 순간 속에서 치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죽을 맛이 되었더라는 것이다. 그 음식이 영양학적으로 나쁠 것도 없고, 또 요리를 하기에 따라서 맛도 있을 수 있으나 문화적 선입견 때문에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였을 것이다. 보기 싫은 사람 좋게 봐 주라는 것이나, 먹기 싫은 음식 맛있게 먹으라는 주문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부담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쩌다 뒤 늦게라도 그 진가를 알고 나면 죽고 못 살 정도로 선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 맛을 아는 과정도 이와 같은 형식이 적용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