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Boomerang)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6. 25가 일어났는데, 그 시절 거제도에 포로수용소가 생기면서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아이들은 사격장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탄피나 실탄을 가지고 놀다가 사고를 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나도 어디서 생겼는지 알 수 없으나 칼빈 소총알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어른들이 알면 당장 불호령이 날 것 같아서 몰래 숨겨 가지고 다녔다. 처음에는 총알 뒤꽁무니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다 뾰족한 칼끝이나 못을 대고 두들겨 보기도 하였지만 끄떡하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해도 총알이 터지지 않자 슬슬 오기가 올랐다. 오늘은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결판을 내겠다고 생각했다. 잔디가 있는 땅속으로 총알을 거꾸로 박아놓고 뒤꽁무니에 못을 대고 돌로 내리쳤다. 그때 생각으로는 총알 부분이 땅속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터져도 나에게는 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몇 차례 연거푸 치던 끝에 결국 폭발을 했는데 그 순간 나는 ‘꽝’ 소리와 함께 뒤로 벌렁 넘어진 채 정신을 잃었다. 한참 후 정신이 돌아왔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총알은 박힌 지점에 그대로 있었고 탄피가 산산조각 나면서 위로 튀어올랐다. 그 폭발력에 주변이 움푹 파이고 총알의 파편과 모래들이 내 얼굴을 때렸던 것이다. 만약 탄피가 얼굴에 바로 맞았더라면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고, 그렇잖으면 눈을 다쳤거나 얼굴이 일그러졌을 것은 분명하다. 지금생각해도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부메랑’이라는 말은 반대쪽으로 던진 것이 자기 쪽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원래는 목동들이 양을 몰 때 쓰는 도구로 양이 있는 쪽을 향해서 힘껏 던지면 멀리 날아가다가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총알의 방향이 반대쪽으로 향했다고 반드시 그쪽으로만 가지 않는 것도 일종의 부메랑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사를 돌아보면 무슨 일이나 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저 쪽으로 보낸 것이 내 쪽으로 날아오는 부메랑의 현상처럼, 인간 세상에는 종종 이런 아이러니가 돌출하곤 한다. 분명히 자기에게서 나갈 때는 반대편으로 간 것이 확실한데 어떻게 자기편으로 날아와서 피해를 입히는지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 황당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부메랑의 지혜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에 자제력을 발휘하고 깊이 통찰을 하게 하는 순기능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