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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신 2000.04.11 23: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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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건 숙제를 해야하고, 에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하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 그 사소한 일상에서 얼마나 그 '사시는 하나님' 앞에서 사는 것처럼 사느냐 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은 꼭 해야하고 이건 꼭 하지 말아야 된다가 아니라... 얼마나 대단한 생각을 얼마나 확고하게 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되냐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뜰때...
점심 메뉴를 고를 때...
7호선을 기다릴 때...
꼴보기 싫은 친구와의 아침 첫 대면에서...
풀린 신발끈을 묶으면서...
시험보기 10분전의 그 초초함 가운데...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잘 살 수 있고, 또 누구나 못 살 수 있다고...그렇게 생각한다.


그 답답하고 막막한 바람속에서도 사랑할 사람들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하는 우리 하나님이 있으니... 참 다행한 일이지....
별로 도움은 안돼겠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담아 이런 충고를 해주는 나같은 어설픈 선배도 있고......


전주영 wrote:
> 지웅이와 동신이오빠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 신앙을 아니 전반적인 저의 생활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쩜 그렇게들 확고한 자기 생각들이 있을까요...?
> 제가 주로 생각하는건...요즘 읽는 단편집의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이렇게 되겠지 라든가,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껍데기들 보면서 이 영화는 어땠고 저 영화는 어땠는데 라든가,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그냥 내 주위의 사람들 생각한다든가, 학교 앞 어린이 대공원에 꽃 핀거 보고 한 번 놀러가야지 라든가, 또..숙제가 뭐뭐 남았나라든가, 그냥 그 정도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들도 그다지 열심히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금 저에게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논리정연하게 왜 제가 단편집에서 얻은 영감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안되고, 왜 비디오가게에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고, 왜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들 생각하면 안되는지, 뭐 그런 등에 대해 얘길한다면 아마 전 그냥 "그래 그럼 안하는게 좋겠다."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답답하다구요? 저는 터집니다!!...하지만 아무리 제가 지금 '터져도' 막상 이런일이 그대로 벌어진다면 또 무기력하게 가라앉고 말 것 같습니다...나머진 투표를 한다면 누굴 뽑아야 하는지 조차 모를만큼 관심이 없습니다.
> 읽었던 책 중에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며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말은 제 얘기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미 일어난 일이고 그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도 그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뿐이라는 식이니까요. 생각해 보면, 중 고등학교 때는 목소리 크기가 지금의 3배쯤은 컸고, 아침마다 창문에서 친구들하고 그 목소리의 다시 2배쯤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좋아하는 선생님도 열심히 따라다니고, 패왕별희 연극도 하는 정말 세계최고의 활달한 소녀였는데...
> 이 것도 일종의 시험일까요? 이런 저의 모습도 하나님께선 지켜 보시겠죠? 어느 곳에서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건가요? 제가 교회일을 하는건 하나님때문일까요, 아니면 저의 의무감 때문일까요?
> ...열정이 없는 삶이란 '동사서독'에서 불었던 바람처럼 참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런 문제의 특징은 생각하면 할 수록 심장만 터져 버릴 것만 같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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