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히 집에 돌아와 불을 켜고 정리안된 방 한구석에 앉았습니다.
사람들이 남기고 간 종이들이 책상 여기저기 흩어져 있군요. 사람들이 남기고 간 지루한 하품들과 코고는 소리, 당근 찾는 토끼눈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시선, 재잘거리던 목소리, 한때는 누구나 귀여웠었다는 걸 새삼 알게한 그들의 어린시절이 방안 여기저기 묻어있어 금방이라도 재잘거리며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사람들이 놓고 간 글을 읽습니다.
가장 싫어한는게 '나'라고 쓴 사람도 있고, 자기 묘비명에 "귀하게 쓰임받다 돌아가다."라고 쓰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 안내고 늘 밝은 사람"이 부럽다는 화 안내고 밝은 녀석도 있고, 선교국 삼행시를 "선: 선뜻, 교: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국: 국물도 없어" 라고 지은 녀석도 있습니다. 여인의 향기를 가장 감명깊게 봤다는 사람도 있고, 이성친구와의 스킨쉽은 상대방과 합의가 된 상황이라면(더 정확히는 '상대방이 원한다면'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게 다 가능하다는 다소 불온한 답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꽃과 장미와 케이 아이 에쓰 에쓰 를 받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준 몸에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받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을 쓴 사람도 있습니다. 첨 본 사람과 얘기하는 게 가장 어렴다고 한 사람도 있고, 사랑은 자기의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녀석도 있습니다. 병원 24시를 볼때 고아들 얘기가 나올때 가장 많이 운다는 녀석도 있고, 청년부가 맘에 안든다고 말한 녀석도 있고, 청년부라고 인쇄된 부분에 밑줄을 긋고 "So So" 라고 적은 녀석도 있습니다.일어나서 제일 먼저 "화장실 가야지" 라고 생각했다던 녀석도 있고, 컴퓨터가 너무 소중하다고 말한 녀석이 둘이나 되고, 10년 뒤엔 어메리카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말한 녀석도 있습니다. 삶이 빠울이라서 고민이라고 투덜거리던 녀석도 있습니다. '아웃'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이 외에도 많습니다. 변태 아저씨, 졸지 말아야지, 로미오와 줄리엣, 짝사랑....
사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건 결국 난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사람을 이해하다뇨...그런 터무니 없는 말을...다만 이 사람은 이렇구나
저 사람은 저렇구나...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그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 하고 사랑하는 것 하곤 다른 얘기란 생각이 듭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말, 그냥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습니다. 한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지 않고도 사랑할 순 있다는 그 말. 물론 그것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사랑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어디서나 희망이어야 합니다. "지금" "이루어 가고 있는" 하나님 나라는 그 어느 이상주의자들도 고개를 끄덕거려야 할 만큼 그렇게 희망이어야 합니다.
한주도, 준상이도, 명주도, 하나도, 경석이도, 윤구도, 은주도 희망
이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고 또 사랑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
절름발이 동신이가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