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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2000.11.17 09: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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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수요일 오후가 한가롭습니다.
> 가을이라 사내가슴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 큰일이군요.
> 이럴때면 아무여자나 막 좋아해버리는 습성이 있는데...
> 하하 그녀가 있었군요.
> 그때 자전거를 태워준 녀석을 꼬셔 사대앞 벤취에 앉아 커피를 마셨

> 니다.
> 낭만이 있더군요.
> 녀석이 왜 하필이면 사대앞이냐고 따지더군요.
> 이쁜 여학생들이 많은 예술대나 생문대쪽으로 가자고 그랬습니다.
> 하하 녀석아 여기도 예쁜 여학생이 많다네...
> 혹시 그녀가 사대쪽에서 나오지나 않을까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도 계

> 눈은 사대건물 현관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 한참 그러고 있었는데 벤취뒤쪽에서 누군가 나를 스쳐지나 사대쪽으

> 걸어갔습니다.
> 가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가을적입니다.
> 머리결이 여린바람에 날리고 벌써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하나가 그녀

> 눈망울처럼 내 앞에 내려 앉더군요.
> 눈이 마주쳤습니다.
> 좀 쑥스럽더군요.
> 그녀와 난 잘 마주치는거 같습니다.
> 애써 태연한척 담배를 찾아 꺼내어 물었습니다.하하.
> 부끄럽습니다.
> 뭘 그렇게 쳐다봅니까?
> 빨리 가세요.
> 책은 나중에 꼭 드리겠습니다.
> 그녀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사대건물 안으로

> 습을 감추었습니다.
>
> 민이: 수요일 오전은 여유롭습니다.
> 오전엔 수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 점심이 다가와서야 천천히 집을 나섰지요.
> 이크. 잘못하면 수업에 늦겠습니다.
> 오늘따라 길이 너무 막힙니다.
> 이런 교통사고가 났군요.체증은 접촉사고가 난 승용차와 택시때문이

> 습니다.
> 그 두 자동차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길이 막혔습니다.
> 수업시작시간은 이미 지났군요.
>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급히 뛰었습니다.
> 숨이 찹니다. 이제 걸어가야겠습니다.
> 사대앞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벤취에 앉은 두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였

> 니다.
> 한사람의 뒷모습은 낯이 익은 모습이군요.
> 벤취를 지나치다가 뒤를 돌아 봤습니다.
> 그였습니다.
> 벌써 떨어져버리는 낙엽이 그가 앉은 벤취에 몇개가 내려 앉습니다.
> 그모습이 가을날의 동화같습니다.
> 어색한 듯 담배를 문 모습마저 정겹게 보입니다.
> 수업엔 늦었지만 그 보상이라도 하듯 사대앞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 호호 뭘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보세요?
> 알았어요. 전 이만 수업에 들어가볼께요.
>
> 철이: 교양수업 강의실에 난 저번주에 앉았던 자리에 가방을 풀고 앉

> 습니다.
> 얼마 안있어 그녀가 나타나더군요.
> 날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내 바로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 고운머리칼의 향내가 오늘의 나를 기쁘게 합니다.
> 오늘은 그녀의 책을 가져왔지만 또 주지는 못할겁니다.
> 예전에 미안하다는 말 몇자 적은 편지지를 보았습니다.
> 그리고 앞자리의 그녀책의 이름도 보았습니다.
> 가을입니다.
> 가을은 언제나 사내의 마음을 설레게 하나봅니다.
> 문득 편지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녀의 학과와 학번과 이름을 아는데 그녀한테 편지를 못보낼 이유가
> 없습니다.
> 그냥 그녀한테 편지나 보내 볼랍니다.
> 아마 편지지에 내이름을 적지는 못할겁니다.
> 그냥 우연히 그대를 보고 마음이 이끌린 사내라고만 적어야겠습니다.
>
> 민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 강의실엔 그가 먼저와 자리를 잡고 앉아있습니다.
> 홀로 앉아 있지만 외롭게 보이진 않습니다.
> 그렇지요 내마음이 끌렸으니 말입니다.
> 강의를 듣다가 창가에 이는 바람소리가 정경운 색으로 들어옵니다.
> 그의 앞에 앉아 시를 한편 적었습니다.
> 그는 잘 모르겠지요.
> 내가 적은 공책의 시를...
> 오늘도 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횡하니 나가버렸습니다.
>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그를 알게될 날이 오겠지요.
>
> 철이: 드디어 그녀에게 보낼 나의 첫편지를 썼습니다.
> 옆좌석에 그녀는 없었지만 오늘은 제법 늦은밤까지 도서관에 있었습

> 다.
> 남들은 공부를 한줄 알겠지만 사실은 편지를 썼지요.
> 늦은밤 사대수위아저씨의 눈을 피해 일교과 편지함일학년란에다 넣어

> 었습니다.
> 그녀가 저 편지를 보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 글자를 좀더 크게 쓸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충성! 수위아저씨 저 임무마치고 철수 합니다.
> 열심히 티비를 보십시오.
> 가을은 이제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서울의 하늘이 많이 맑아졌습니다.
> 남쪽하늘에 시리우스란 적색거성의 별빛이 오늘은 보입니다.
>
> 민이: 오늘 전공수업을 듣는데 친구가 편지하나를 가져다 주었습니
다.
> 분명 나한테 온것은 맞는데 누가 보냈을까요?
>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 강의를 듣다말고 편지내용을 읽었습니다.
> 우연히 내마음에 내려앉은 소녀에게 보냅니다.
> 호호. 아직 이런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이세상에는 존재하고 있었습

> 다.
> 누굴까? 나의 눈에 자주 띤 모르는 남학생이 있었던가?
> 우리과학생은 아닐까?
> 그리고 혹시 그는 아닐까?
> 하지만 알수가 없었습니다.
> 낯선 편지였지만 기분은 좋군요.
> 캠퍼스는 가을빛으로 이제 변해가고 있습니다.
>
> 철이: 이번주 교양시간에도 난 그녀의 뒤에 앉았습니다.
> 편지를 보낸 탓인지 조금은다른날보다 그녀의 뒷좌석에 앉기가 쑥스

> 웠습니다.
> 그녀는 나의 편지를보았을까요?
>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 친구와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녀의모습이 왠지 사랑스럽습니다.
> 가을이라 그렇겠지요?
>
> 민이: 그는 지금 내뒤에 앉아 있습니다.
> 그는 아직 내가 가을을 타고 있는것을 모르나 봅니다.
> 그의 볼펜 구르는 소리가 애처롭습니다.
>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수업이 무료했던지 속삭였습니다.
> 그 속삭임속에는 그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 전에부터 일정하게 뒷좌석에 앉는 그가 친구에게도 눈에 들어왔나봅

> 다.
> 자기 때문에 저자리에 앉는거 같다고 합니다.
> 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친구의 모습은 참 예뻤습니다.
> 그렇지만 그건 아니겠지요.
> 친구때문에 그가 저자리에 계속 앉는다고는 생각하기 싫습니다.
> 도서관에서부터 봐왔지만 그는 자리를 정하면 계속 같은 자리를 고집

> 다는 것을 난 이미 알고 있습니다.
>
> 철이: 일요일날 학교에 왔습니다.
> 편지지도 들고 왔지요.
> 오늘은 예전에 그녀옆에 앉던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 하지만 오늘 그녀는 내 옆자리에 없습니다.
> 왠 떡대같은놈이 아침부터 이를갈고 자고 있습니다.
> 깰생각을 않는군요.
> 오전내내 이가는 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썼습니다.
>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로 꽉찬 도서관 풍경도 아름답겠지만 학생들

> 별로 없는 한산한 분위기의 열람실에서 이렇게 철 모르고 자는 놈과

> 편지지에다 짝사랑의 편지쓰는 놈의 모습도 미소띠게하는 풍경같은데
> 그렇지 않으세요?
> 점심먹기전에 사대에 편지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 편지를 무사히 갖다놓고 나오니 기분이 좋습니다.
> 히죽히죽웃고 나오다가 사대앞에서 하하 그녀와 눈이 떡 마주쳤네요.
> 아무래도 오늘 그녀가 편지를 발견한다면 그편지 쓴 놈이 나란걸 알

> 되겠군요.
> 쪽팔립니다. 또 죽어라 뛰어야겠습니다.
> 잠시간의 눈마춤뒤에 난 뛰었습니다.
> 가을바람색깔은 점점 짙어만 갑니다.
>
> 민이: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학교를 나갔습니다.
> 별로 동아리활동은 안했지만은 과내 어학동아리에서 오늘 모임이 있

> 읍니다.
> 그를 사대앞에서 보았습니다.
> 일요일날 여기는 무슨일일까요?
>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 뭔가 어색한 표정을 짓습니다.
> 자주 마주쳤는데 눈인사나 해줄까 했는데 그는 전에 자전거에서 떨어

> 을때처럼 잠시 내앞에 머물다 육상선수처럼 뛰어 나를 지나쳐 가버렸

> 니다.
> 뛰는걸 좋아하나 봅니다.
> 동아리방을 들어갈려고 했습니다만 우리과 편지함옆에 동아리의 모임

> 소가 학교앞 무슨 찻집이니 그리로 오라는 내용의 포스트가 붙어 있

> 습니다.
> 다시 왔던길로 되돌아가야겠군요.
>
> 철이: 한동안 편지는 못보내겠습니다.
>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두번째만에 들켜버린거 같아 부끄럽습니다.
>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 학생식당 양식메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 하하 그녀는 내눈에 잘띠는 군요.
> 학생식당 몇테이블 건너 내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이 낯이 익길래 봤

> 니 그녀의 친구였습니다.
> 그리고 그녀는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또 뒷모습이군요.
> 난 그녀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더 많이 보는 것같습니다.
> 나와 같이 밥을 먹던 친구가 그녀의 친구를 보더니 이쁘다 그럽니다.
> 하하 녀석아 그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은 더 이쁘다네.
> 내말을 듣기라도 한 듯 그녀가 이쪽으로 고개를 한번 돌렸습니다.
> 친구는 그녀의 친구가 더 이쁘다는군요.
> 내 친구는 눈이 삐었나봅니다.
> 그녀가 이번에도 내 편지지를 받았을까요?
> 그랬다면 내가보냈다는 걸 알까요?
> 그녀의 모습을 보니 들켰던 말건 계속 내마음의 조각같은 편지를 계

>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민이: 과친구하나가 어제부터 있었는데 안찾아갔다며 편지를 건네 주

> 습니다.
> 또 무기명이군요.
> 그 편지에는 내가 좋다느니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느니 하는 연애편지

> 은 내용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기마음과 자기마음속의 내모습을 시처

> 적어간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 누굴까? 궁금하군요.
> 두번째로 온것으로 봐서 몇번더 이 편지의 주인은 이런 짓을 계속할

> 같습니다.
>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만나자고 하겠지요.
> 학생식당에서 친구가 교양과목의 남학생이 저기 보인다며 눈웃음을

> 더군요.
> 고개를 돌려 보았습니다.
> 저기 멀리서 그가 식사를 하고 있군요.
> 옆에 앉은 사람은 호호 그때 자전거를 운전한 학생이었습니다.
> 그는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밥먹는척을

> 습니다.
> 친구는 계속 눈웃음을 짓고 있군요.
> 의심이 갑니다.
> 정말 내친구 때문에 그가 교양과목 그자리에 앉지나 않나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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