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Pearl Harbor)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마이클 베이 감독/ 벤 에플렉/
조쉬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한스 짐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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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비극은 항상 평온한 일요일에 이루어졌다. 우리 민족 분단의 비극인 6.25가 발발한 시점도 일요일이었고, 일본이 대규모의 공격을 감행해서, 미국본토내에서의 첫 공습이라는 진주만 공습을 이루어 낸것도 일요일이었다. 시기적으로 가장 느슨한 일주일에 하루이기에 기습의 조건으로 이때보다 더 나은 때는 없기 때문일까? 역사의 순간에서 우연찮게 이 일요일이라는 요일은 가장 평온하면서도 평화스러운 전원의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뭔지 모를 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요일이 되곤한다.
역시나 마이클 베이와 제리 브룩하이머의 공동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은 영화 시작 30분만 봐도 알수가 있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것 답게 생생한 화면과 CG는 시종내내 시선을 장악한다. 게다가 한스 짐머의 음악은 화면과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가.. 영화의 특수효과와 영상에 대해서는 돈 퍼부은것만큼 .. 제 값을 한다.라는 측면에서 더이상 할말을 할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거대한 화면을 장악하고 있던 장면에서 떠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전작 <아마겟돈>에서 보여주었다 시피, 어느것 하나 달라진것 없는 형식과 구성, 애국심, 사랑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움을 감출수는 없다. 이건, 아마겟돈의 공상적 이야기를 역사의 한장면속으로 옮겨오고, 시대배경을 미래에서 과거로 돌렸다 할뿐이지, 달라진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영화내내 애국심을 강조하며 미국의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뛰어들어들어가는 장면들은 "똑같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결국, 진주만 공습이라는 사건은 미국인들의 기억에 있어서 상당한 충격으로 남아있어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것 같다. 그들의 역사에 있어서 이처럼 참혹하게 당한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쓴 웃음한번 지으면서 글을 마친다.
P.s: 아쉬운게 있다면 고증없이 영화를 찍은 티가 팍팍 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항모에서 친히진주만 공격을 진두지휘했다라는 것은 고증에서 어긋나는 대목이다. 진주만 공격을 입안한 이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맞지만, 공격당시 제독은 2선의 기함 야마토에 있었고, 항모에서 직접 공격을 지휘한 이는 나구모 중장이었다는 점외에도,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사소한것 하나 신경못써서 작품에 오점을 남겼다는 아픔이 남는다. 뭐, 고증말고도 하도 지적할게 많아서, 이 작품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되기에는 너무나 험난하지만..
2001. 6. 1 13:50 정동 스타식스 극장 4관 8열 23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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