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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신 2001.05.18 2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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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교회-자유게시판 (go SGHUAMCH)』 1723번
 제  목:세번째 여행기...                                           
 올린이:well    (한동신  )    01/05/18 20:14    읽음: 2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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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코끼리 섬으로 가는 길...

바다에서 자라는 나무를 봤다.

어디서는 절대 못 살 거라고, 어떻게는 정말 못 살 거라고, 누구와는 정말 못살 거라고...

그런 건 다 거짓말인지... 어디서나 다 적응하고 잘 살 수 있는지...


배안이 참 덥고 시끄럽다. 열이 많이 나는 엔진 옆에 기대 앉을 탓일테다.

모든 살았고 움직이는 것들이 내는 소리와 열기 속에서 내 삶을 잠시나마 돌아본다.

무슨 소리를 내며 살았으며 어디에 생의 열기를 뿜어 내며 살았는지, 얼마나 힘차게 물을

가르고 바람을 가르고 살았는지.


섬에 도착하자 마자 수백미터는 되어 보이는 그늘 하나 없는 길이 나온다.

숨이 막힌다. 살을 파고드는 뙤약볕 아래 까만 얼굴의 아이들이 머리에 제 키만한 항아리

같은 것들을 이고는 생글 생글 웃으며 "뽀또, 뽀또" 한다. 익숙한 과자 이름이라서 어처구니

없이 과자를 달라나 보다 하고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사진 찍자는 얘기란다. ^^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돈을 달라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저 진주처럼 아름다운 꼬마들이

일부러 하루종일 저걸 이고 이 길을 서성대는 거다...

내가 점심시간 책을 들고 학교 뒷산 언덕에 오를 때도, 음악을 들으며 인사동 길을 걸을 때도.

 

아무리 멀리 떨어진 어느 누구의 삶이라도 그들의 고단한 일상에 대해 책임 없음을 말할 수

있을 텐가. 감히 누가 그들 가난의 탓을 나 아닌 무어라고 말할 것인가.


12월 13일

아우랑 가바드에 왔다.

여긴 유스 호스텔의 도미토리 룸.

일본인 친구들 2명과 같은 방이다. 뭔가를 물어보고 뭔가를 대답하는데 서로 답답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랬다. 그중 한 녀석이 일본에서 한국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며

아는 한국 음식이랑 단어들을 말하는데 진짜 웃겼다. 나 역시 자라면서 그렇게 쓰지말라던

다꽝이며 다마내기며 벤또, 사시미, 와리바시등의 내가 아는 모든 일본어들을 말해줬다.

그 녀석들 역시 깔깔대며 웃었다.

 

두 친구들은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각자 밤이 늦도록 뭔가를 꼼꼼하게

적고 책을 보고 그런다. 나 역시 왜 내가 엉뚱하게 이런 낯선 곳에서 서성이다 잠이 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이리 저리 뒤척이다 밤이 늦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새들이 하늘을 어지러이 빙빙 맴돌 듯, 머리 속의 이런 저런 생각들이

다 풀어헤쳐져 저마다 여기저기 방안을 어지럽게 돌며 떠다니고 있다. 
'

한 주님을 섬긴다는 것..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놀라운 인도하심인듯 ㅎ
2014.03.11 07: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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